세계적인 왁킹 댄서로 발돋움한 ‘왁씨'

Q. 스우파부터 레드불 댄스 유어 스타일까지 빅 이벤트가 많으셨는데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레드불에 다녀오고 하루에 많아야 3시간 정도 잤어요. 그런데 정말 좋은 의미로 바빠서 고마워요. ‘Busy, thank you!’라고 하죠. 이렇게나 저를 불러주시니 너무 고마워요. 지금은 '스트리트 걸스 파이터 (이하 ‘스걸파’)'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멘토로 나가죠.

사실 레드불 댄스 유어 스타일은 못나갈 뻔 했어요. 스걸파 첫 촬영이랑 겹쳤거든요. 그리고 다른 아티스트 안무 연습이랑도 겹쳤어요. 그래도 여기는 가야겠다고 스케쥴을 다 조율했죠. 제 버킷리스트였거든요. 그 대신 돌아와서 무조건 다 참여하는 걸로 협의를 했어요. 그래서 독일에서 돌아오자마자 계속 촬영하고 있죠. 그리고 제가 학원도 운영하니, 학원에도 신경쓸게 많아요.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느낌입니다.


Q. 레드불 대회부터 이야기할게요. 우승하셨을 때 표정을 보면 환호성도 지르지 않고 그저 놀란 표정을 지으셨어요.

매 순간, 모든 라운드가 저한테는 되게 힘든 챌린지 같은 배틀이었어요. 저는 결승전에 올라가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했고, 더 바랄 게 없었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죠. 그래서 아무런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느닷 없이 손이 올라가더라고요. 그때까지도 안 믿겼어요. 그 순간 폭죽이 터졌고, 그제야 인지가 되더라고요.


Q. 왁씨 님은 세계의 다양한 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차지하셨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더 결과에 감동하셨던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무조건 총에 총알이 장전이 되어 있어야만 참가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준비가 되어있다는 걸 의미하죠. 항상 그렇게 출전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어요.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방송이랑 시간이 너무 겹쳐서 연습을 많이 못했거든요. 저보다 상대 댄서들이 더 많이 연습했을 거라고 확신이 드니,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하든지간에 떨어질 수 있고, 그게 당연하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어요. 그렇다 보니 제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거죠.

Q. 더 그런 생각을 하셨을 것 같은데, 첫 대진부터 난관이었어요. 전 대회 준우승자 킹다빈치였죠. 처음부터 그런 대진을 마주하고 어떤 기분이셨을지 궁금해요.

대진표가 전날에 나오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킹다빈치랑 나는 안 붙겠지’ 생각했는데 갑자기 ‘왁씨’가 나오더라고요. 어떤 대회든 16강이 항상 빡세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난거죠.

사실 외국에서 배틀할 때 상대가 결정되면 리듬게이트 오빠에게 많이 물어봐요. 그럼 그 때마다 오빠가 피드백과 전략을 많이 말씀해주세요. 이번에도 오빠에게 연락을 했고, ‘나 져도 된다. 열심히 하겠지만, 지더라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라고 했더니 오빠가 단번에 ‘아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킹다빈치의 영상을 다 보았고 대단한 댄서지만, 제가 잘 하는 걸 위주로 컨트롤 하다가 테크닉을 밀어붙이면 백방 터질거라고 조언해주었죠. 하던대로 밀어붙이라는 거였죠. 그 말 듣고 그제서야 마인드 컨트롤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냥 밀어붙이자’라는 마음으로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Q. 리듬게이트 님이 이렇게 배틀 때마다 많은 조언을 해주시나요?

이건 정말 비하인드인데요. 퓨전 컨셉 때도 그랬어요. 오빠한테 정말 고마운 게, 그 새벽에도 라이브를 다 보고 바로 카톡으로 피드백을 줘요. 제가 안 물어봐도 ‘이긴다, 된다’ 라고 먼저 연락을 해요. 그러면 불안하다가도 그 한 문장을 보고 힘을 얻거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죠. 매 라운드마다 연락했어요. 16강 끝나고, 8강 끝나고, 4강 끝나고 연락했죠. 계속 오빠가 저한테 긍정 에너지를 주세요.


Q. 거의 코치 역할을 하시는거군요. 전략을 짜고, 피드백을 주시니까요.

저도 그래서 오빠한테 코치라고 해요. 이야기를 드면 안 되는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강한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다독여주는 것 같아요. 

Q. 이번 레드불 댄스 유어 스타일에서는 마네퀸 슬로건으로 춤춘 것도 팬들 사이에서는 엄청나게 됐어요. 저도 재밌게 본 포인트구요.

이거 저 진짜 할 말 많습니다. 원하지 않았어요. 우선 슬로건을 가져간 건 우리 팀이 방송 끝난지도 얼마 안 되기도 했고, 팀 자체가 인터네셔널하게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메고 간거였어요.

그런데 결승에서 아이템으로 쓰려고 쓴 건 아니에요. 저는 2라운드까지만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래가 또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추다보니 손에 슬로건이 있는거죠. ‘이걸 언제 버리지?’ 하다가 타이밍을 보고 정리했죠. 슬로건을 원해서 들고 춘 게 아니라, 어쩌다가 추게 된 거예요.


Q. 왁씨 님의 춤을 보다보면, 춤으로 음악을 듣는 것처럼 표현하는 동작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면적인 흐름 보다도 조금 더 복합적이라고 할까요? 이런 건 연습을 하시는 걸까요?

네, 연습을 하죠. 제가 생각할 때 그런식의 표현을 잘 하는 분들의 영상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팝핑이랑 힙합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고, 테크니컬한 점은 현대무용 하시는 분들 영상도 봐요. 브레이킹 댄서분들의 스레딩 같은 것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죠. 연습은 실전처럼 하고, 음악은 랜덤으로 틀어요. 배틀이 거의 다 짧게 끝나다 보니, 짧은 순간에도 터뜨릴 수 있는 방식으로 연습하기도 해요.


Q. 그래서 그런지 왁씨님의 왁킹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왁킹의 모습이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왁킹은 왁킹인데, 그 안에 텃팅도 있고 힙합도 있고, 팝핑도 있고요.

저지금 제가 추는 춤은 10년 전에 제가 추던 춤과는 엄청 달라요. 처음 19살, 20살 때 왁커스 나잇 같은 대회 참가했을 때는 베이직하게 왁을 하고, 점프하고 킥차고 앉아서 포즈하고 그게 다였어요. 그렇게 추다가 어느 순간 제 춤이 너무 재미 없어지더라고요. 사실 저는 힙합을 하고 싶어서 댄스 학원에 찾아갔다가, 선생님이 왁킹으로 바꾸시는 바람에 '왁'이 뭔지도 모르고 팔을 뻗었던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왁킹의 매력을 잘 모르기도 했어요. 그래서 왁킹을 그만하고 잠깐 힙합을 췄고, 그 쪽으로 더 많이 시도했어요. 그러다가 왁킹이 다시 생각나서 왁킹으로 돌아오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믹스가 되더라고요. 

Q. 다양한 장르의 수업을 들어본 게 도움이 많이 된 거군요.

저는 스트릿 댄스를 다양하게 배웠어요. 다만 하우스랑 브레이킹은 좀 빨리 포기했죠. 3개월 정도 배웠던 것 같아요. 그나마 잘 맞았던게 힙합이랑 팝핑이였고, 그 다음은 락킹이었어요. 이렇게 춤을 배웠더니 배틀 때 한 번씩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그래서 그런지 왁씨 님의 춤을 보면 단순한 왁킹을 넘어 왁씨라는 장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춤사위만 봐도 ‘이 사람은 왁씨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느낌의 춤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는 사람으로서도 정말 즐거워요.

제 꿈이라면… 춤에서 보면 (왁킹이라는) 장르지만, 결국 저라는 브랜드가 생겼으면 좋겠거든요. 저라는 이름의 브랜드에 값어치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상상의 왁씨는 그래요. 아직은 그 정도의 경지에 닿지는 않았어요. 제가 상상하는 왁씨는 더 잘 춰야해요. 노력을 더 해야 합니다. 브랜드값이 더 높아져야해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그런 말씀을 해주시면 저로서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Q. 왁씨님 하면 또 생각나는 게 배틀 때의 무표정한 표정이에요. 의도한 캐릭터인가요?

캐릭터라기 보다는 집중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웃음이 사라졌다가, 재밌으면 웃음이 나요. 사실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이걸 감추기 위해서는 티가 많이나는 표정부터 컨트롤 해야하거든요. 포커페이스를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사실 다른 분들도 그러세요. 다른 와커들에 비해 표정이 엄청 다양한 느낌은 아니라고요. 근데 얼굴로 춤을 출 필요는 없잖아요. 프리스타일 배틀이 그렇게 하기에 특히 어렵고요. 

Q. 왁씨님을 소개하는 키워드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게 ‘코리아 왁커스’일 거예요. 왁킹계의 슈퍼팀 같은 팀인데요. 왁킹이 생소할 분들을 위해 팀 소개를 짧게 해주실 수 있나요?

어마무시하죠. 처음 뭉치게 된 계기는 배틀이에요. 모두가 시작은 배틀이잖아요? 일본의 한 팀배틀을 나가기 위해 서로 다른 스타일들끼리 뭉쳐보자 해서 6명의 멤버가 완성됐죠. 그런데 해보니 합도 잘 맞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유지를 해보자’ 해가지고 이후에도 같이 국내외의 팀배틀에 나갔고, 심사를 같이 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연이 계속 이어져온거죠.


Q. 지금은 댄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원장님이기도 한데요. 스튜디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저희 각씨 스튜디오는 스트릿 전문 학원으로, 왁킹과 힙합에 대해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아주 어메이징한 스튜디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가 인정하는 댄서들만 초빙해서 레슨을 하고 있는, 제대로된 스트릿 전문 학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동원장인 리듬게이트 오빠랑 제 최고의 장점은 힙합이랑 왁킹이잖아요. 그런데 이 두개를 전문적으로 하는 학원이 없어요. 밖에 보면 모두 코레오그래피 전문 학원들이잖아요. 저희는 왁킹과 힙합 댄서를 진심으로 키워낼 수 있는 학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댄서로 활동하는 것과 스튜디오 원장님이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매니저로서 수업하는 선생님들에게 보수도 드려야하고, 그 외 해야하는 행정적인 일들이 엄청 많으니까요. 스튜디오 원장으로서 느끼는 고민이 있을까요?

정말 생각이 너무 많아요. 빨리 더 넓은 곳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지금 학원은 목동에 있어요. 지금 아니면 너무 늦어져 버릴 것 같아서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어차피 할 거라면 빨리 하자는 주의거든요. 이런 경험들이 다 제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좋아요. 그리고 하다보니 학원을 운영하거나 사업체를 가진 모든 분들을 리스펙하게 됐어요. 여기 '더트 하우스'만 보더라도 여기에 들였을 시간이나 비용이 지금은 제 눈에 다 보이거든요. 그래서 춤을 잘 추는 걸 넘어, 스튜디오 같은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이 정말 멋있게 느껴져요.

Q. 인터뷰가 막바지입니다. 왁씨 님은 앞으로 어떤 댄서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그냥 왁씨는 그냥 왁씨였다. 약간 이런 게 제일 좋지 않을까요? 저는 제 이름에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제 이름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 다 끝나지 않나 생각해요. 그 이후 저를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각자의 주관에 따르기 때문에 제가 강요할 수는 없는 거구요. 느끼는 대로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기억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Q. 레드불 댄스 유어 스타일 2회 우승에 기회가 된다면 도전하실건가요? 

만약에 제가 재정비가 좀 되어 있다 하면 저는 바로 할 거예요. 총알이 장전이 되어 있다, 연습이 좀 되어 있다면 할 것 같아요. 하고 싶어요.

근데 이건 홍텐 님 보고 많이 많이 느꼈어요. 이번에 (리듬게이트) 오빠한테 ‘너무 힘들다’라고 했더니 오빠가 ‘홍텐 영상 봐’ 이러더라고요. 제가 그 말 듣고 ‘알았어, 내가 입 닫을게. 이렇게 힘들어 하면 안 되지. 그런 분도 계신데 내가 뭐라고 그런 말을 하겠어’ 했어요. 바로 또 제 마인드셋을 이렇게 정리해주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옆에 있어야죠.


Q. 정말 진정한 코치님이네요. 와일드카드를 또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