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텐의 Red Bull BC One 세 번째 우승은 왜 특별할까?
ARTICLE | 2023.10.28
2023년 10월 22일 새벽, 비보이 홍텐(Hong 10)이 파리에서 열린 Red Bull BC One World Final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이었다. 홍텐의 우승 소식에 브레이킹과 스트릿 댄스 씬이 불타올랐고, 전세계에서 홍텐을 향한 축하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Red Bull BC One이 어떤 대회이고, 여기서 세 번의 우승을 차지한다는 게 어떤 의미를 지녔기에 이토록 뜨거운 반응이 쏟아진 걸까?
매년 세계적으로 여러 브레이킹 대회가 열리지만, 가장 유명한 대회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바로 BOTY (Battle of the Year), Freestyle Session, Red Bull BC One이다. BOTY는 팀배틀로 진행되는 대회고, Freestyle Session은 매년 팀배틀, 3:3 배틀 등 대회의 형식을 조금씩 비튼다. Red Bull BC One은 1:1 배틀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회로 꼽힌다.
2004년 처음 시작된 Red Bull BC One은 그 해 최고의 브레이킹 댄서를 10여 명 초청해 기본적인 라인업을 꾸린 후, 남은 자리를 세계에서 펼쳐지는 지역 예선과 Last Chance Cypher라는 최종 예선을 치뤄 올라온 댄서로 채운다. 그렇게 16명의 브레이킹 댄서 라인업을 완성해 Red Bull BC One World Final이라는 이름 아래 16강 토너먼트를 시자한다. 초청을 받는 일도 힘들고, 예선을 뚫고 파이널에 진출하는 건 더욱 어렵다. 그래서 세계의 모든 브레이킹 댄서에게는 꿈의 무대에 가깝다. 브레이킹 댄스계의 월드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정상급 댄서만 설 수 있는 무대
참여하는 댄서들의 이름값과 실력이 높은 만큼 우승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니다. 우선, Red Bull BC One 특유의 중앙 무대 때문에 심적인 부담을 느껴 제 실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체력도 중요한 문제다. 월드 파이널은 경기마다 3라운드씩 주고 받는다. 결승전까지 간다면 총 12라운드에 걸쳐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 온몸을 다 사용하는 브레이킹의 특성상 체력 관리를 잘 하지 못한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무브는 짧아질 수밖에 없다.
Red Bull BC One World Final에서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상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한 댄서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내고, 강한 상대라면 그 자체로 상대하기 부담스럽다. 경기마다 완급 조절을 하기보다는 모든 무브를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풀어내야만 하는 이유다.
그래서 그 해 최고의 1:1 브레이킹 댄서가 궁금하다면 Red Bull BC One을 보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역대 우승자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의 릴루(Lil Lou), 미국의 빅터(Victor), 네덜란드의 멘노 (Menno), 일본의 시게킥스(Shigekix) 등 세계적이지 않은 댄서가 우승하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당연히 Red Bull BC One에서 우승한 브레이킹 댄서는 자연스럽게 그 위상이 달라진다. 대표적인 사례는 카자흐스탄의 아미르(Amir)이다. 상대적으로 명성이 높지 않았던 아미르는 2021년 대회에 참가해 최종 예선인 Last Chance Cypher에 카자흐스탄 대표로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World Final에 진출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댄서를 연거푸 잡아내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라스트 찬스 사이퍼에서 시작해 월드 파이널 우승까지, 인생역전의 드라마를 쓴 아미르는 이후 어떤 대회에 출전하든 우승후보로 꼽히는 세계적인 댄서로 발돋움했다. Red Bull BC One 대회는 그만큼 특별하다.
2006년부터 2023년, 17년의 세월을 넘어선 홍텐
Red Bull BC One은 이렇게 참여 자체가 어려운 대회고, 우승하긴 더더욱 어렵다. 세계적인 댄서라고 무조건 우승하는 건 아니지만, 우승한 댄서가 세계적인 댄서가 아닌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래서 2번, 3번 우승했다면 정말 대단한 댄서로 꼽힌다. 홍텐은 그런 대회를 2006년에 한 번, 2013년에 한 번, 2023년에 다시 한 번, 총 17년에 걸쳐 세 번이나 우승했다.
그 중 2013년 대회는 Red Bull BC One의 10주년을 기념해 그건 우승한 모든 브레이킹 댄서가 참여하는 대회였다. 올해 열린 2023년 대회도 면면이 화려한 대회였다. 하지만 홍텐은 아시아의 떠오르는 비보이 레고샘(Lego Sam), 영국의 강자 키드 카람(Kid Karam), 유럽 챔피언 대니 댄(Danny Dan), 현 시점 WDSF 세계 랭킹 1위의 필 위자드(Phil Wizard)를 차례로 꺽으며 다시 한 번 정상을 차지했다. 이렇게 깊이 사랑 받았던 펠레펠레는 2019년 이후 약 4년간 아쉽게도 개점휴업에 빠졌다. 브레이킹 댄서가 정상급 기량을 길게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점, Red Bull BC One이라는 대회의 특성과 난이도를 고려하면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인지 그제야 실감이 날지도 모르겠다.
대회 전, 홍텐이 2023 Red Bull BC One에 초청되었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전 세계 브레이킹 팬이 들썩엿다. 지난 2022년 뉴욕에서 열린 대회에 공식적으로 초청됐지만, 부상으로 참여하지 못해 많은 팬들이 아쉬워한 참이었다. 홍텐이 세 번째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길 바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지만,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홍텐이 제대로 성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홍텐은 어느 때보다 쾌활한 컨디션과 무브로 뜨거웠던 파리의 밤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멘노와 함께 Red Bull BC One의 챔피언 벨트를 세 번 획득한 브레이킹 댄서가 된 홍텐. 그 옆에 늘 붙던 수식어인 '레전드'와 'GOAT'에 더 이상의 이견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